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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산악인, 악마의 성벽에 오르다(9)

cj8848 2009. 1. 26. 00:20

 




[OSEN=탈레이사가르(인도), 박승현 기자] 8월 18일 조긴 등정을 마친 대원들은 탈레이사가르에 역량을 집중하기 시작했다. 이미 17일 구은수 부대장 조진용 한동익 육근호 유상범 윤여춘 대원이 나서 빙하지대에 고정로프를 설치했다. 내친 김에 탈레이사가르 캠프1을 설치하려고 했지만 비가 많이 왔다. 하는 수 없이 5400m 지점에 장비를 놔두고 ABC로 철수했다.

18일 구은수 부대장 팀은 다시 한 번 탈레이사가르 캠프 1 구축 작업을 시작했다. 전날 데포해 놓았던 장비를 회수해 캠프 1을 설치하는데 성공했다. 이들 중 한동익 육근호 두 대원은 ABC로 하산했다.

19일부터 대원들은 본격적인 벽등반에 나서기 시작했다. 유난히 비가 많은 날씨지만 덕을 본 점도 있었다. 베이스캠프에서는 비가 오더라도 탈레이사가르 북벽에서는 눈으로 변한다. 적설량이 많았다는 의미다. 이 때문에 캠프1에서 시작해 북벽 300m쯤 더 올라간 지점에 캠프2를 건설하기로 결정했다. 원래 중간에 2개의 비박지를 설치하면서 정상을 공략하기로 했지만 캠프2가 만들어지면서 대원들은 좀 더 안정성과 편리성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앞서 캠프1을 구축한 구은수 부대장팀은 물론이고 전체 대원들이 교대로 투입되며 캠프2 설치 작업을 벌였다. 앞선 팀의 체력안배도 중요할 뿐더러 다른 대원들도 고소와 벽등반에 적응력을 키위기 위해서는 필수적인 방식이다.

19일 구은수 부대장 유상범 윤여춘 대원이 먼저 캠프2 지점에 올라가 고정확보물(2개의 볼트)를 설치했다. 위태로운 바위벽에 걸려 있는 모양새일 수 밖에 없는 캠프2 인만큼 텐트를 벽에 안전하게 고정시키는 작업이었다.

20일까지 대원들은 캠프2에 필요한 짐들을 올렸다. 본격적인 벽등반에 필요한 장비와 식량등이었다.

한편 현지시간 20일 새벽 2시 뉴델리에 도착한 조긴 스키등반대(후발대)는 탈레이사가르 베이스캠프를 향해 이동하고 있었다.

후발대는 22일까지 뉴델리 시내에 있는 인도산악연맹(IMF)에서 운영하는 숙소에 머물며 베이스캠프까지 캐러밴에 필요한 식량, 연료구입, 환전 등으로 바쁜 일정을 보냈다. 22일 오전(이하 현지시간)에는 이번 전체 원정대를 이끌고 있는 김형섭 단장과 김남일 서울산악조난구조대 대장이 인도 관광부에서 나온 관리를 상대로 조긴 등반에 대해 브리핑했다. 이자리에는 인도 정부에서 파견하는 정부연락관이 동석, 원정대와 상견례를 마쳤다.

정부연락관은 등반이 끝날 때까지 원정대와 함께 하면서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고 인도정부의 규정에 맞는 등반이 이뤄질 수 있도록 관리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22일 오후 2시10분 드디어 후발대는 캐러밴에 올랐다. 우선은 버스이동이다. 전날 후발대원들의 영양관리 책임을 도맡고 나선 복인규 서울시산악연맹 환경보전 이사가 직접 시장을 봐 만들어 준 기막힌 맛의 삼계탕도 뉴델리에 남겨진 추억이 됐다.

첫날 목적지는 리시캐쉬. 뉴델리에서 북쪽으로 7시간을 이동해야 하는 곳이다. 혼잡한 뉴델리를 빠져나가는 데만 대략 두 시간이 걸린다. 자동차, 오토릭샤, 오토바이, 릭샤, 그리고 걸어가는 사람까지 한데 엉켜 쉴 새 없이 경적을 울려 대지만 버스는 게걸음을 칠 수밖에 없다.

어느덧 주변 풍경이 바뀌는가 싶더니 사탕수수밭의 행렬이 이어진다. 눈은 훨씬 시원해지지만 뉴델리-리시캐쉬를 잇는 도로 역시 만만치 않은 교통량을 자랑한다. 왕복 2차선이 겨우 나오는 도로 폭에 속도가 제각각인 ‘차량’ 들이 오고 가니 여전히 느린 걸음이다.

그래도 대원들은 차창 밖에 펼쳐지는 풍경에 시간 가는 줄 몰랐고 중간에 잠깐 쉰 조그만 리조트 호텔의 카페 역시 서울 한복판에 갖다 놔도 손색이 없을 정도다. 다만 “틀림 없이 뜨거운 레몬에이드를 시켰냐”고 물어 보고 나서도 나중에 얼음까지 섞인 레몬에이드를 주면서 이유를 묻자 “미안하다. 뜨거운 것은 떨어졌다”고 태연히 말하는 종업원의 태도만 빼고.

캐러밴 첫날 잠을 자야하는 리시캐쉬에 도착한 시간은 밤 9시 20분. 현지의 해발 고도가 335m에 불과한 것을 확인한 대원들은 “산은 언제 가는 거야”라며 실망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다. 그래도 첫 날 일정이 만만치 않았던 듯 늦은 저녁식사를 마치는 대로 잠자리에 들었다.

23일은 우타르카쉬로 향하는 여정이다. 리시캐쉬를 벗어나자 마자 가파른 고갯길이 나타난다. 벌써 버스의 조수(우리나라에도 옛날에는 있었다. 운전기사를 따라다니며 정비, 청소 등을 도와주는)가 창문을 내린다. 어제까지 대원들을 무더위로부터 지켜주었던 에어컨은 이제 사용할 수 없단다. 가파른 길을 올라가려면 아무래도 버스의 힘이 부치기 때문이다.

애처롭게 헐떡거리는 버스 엔진소리가 귀에 익숙할 무렵 오르막만 이어지던 길의 경사가 살짝 아래로 바뀐다. 고도계를 보니 1363m. 간단하게 1000m를 올라온 셈이다. 내리막으로 약간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끝을 알 수 없는 꼬부랑 산길이 이어진다. 버스의 한 쪽으로는 그야말로 천길 낭떠러지. 그 아래로는 바기라티 강이 흐른다.

정오께 카만드라는 조그만 동네에서 점심을 먹었다. 삶은 계란, 식빵이 원래 메뉴였지만 정부연락관과 원정대의 현지 가이드격인 라주가 주문한 달, 커리, 로티를 본 나머지 대원들이 너도 나도 한눈을 파는 바람에 순식간에 메뉴가 바뀌었다.

이후부터는 바기라티강을 타고 북상하는 길. 강의 흐름과 산길이 함께 한다. 우타르카쉬를30여 km 남겨 놓았을까. 여기가 인도의 산악지대임을 실감케 하는 일이 발생했다. 갑작스런 사태로 도로가 막혀 있었던 것이다. 다행이 응급복구팀이 작업을 벌이고 있는 상황이어서 20여 분 기다리는 것으로 끝나기는 했지만 대원들은 비탈쪽에 자꾸 눈길을 주지 않을 수 없었다.

오후 4시 우타르카쉬에 도착한 대원들은 캐러밴 이틀째 밤을 보냈다. 마친 현지에는 유일한 인터넷 카페가 있어서 소식을 전할 수도 있었다.

nanga@osen.co.kr

<사진> 탈레이사가르 캠프1으로 가는 도중에 만난 크레바스 옆을 한동익 대원 등이 지나고 있다. / 탈레이사가르 북벽에 캠프2 설치를 마치고 구은수 부대장(오른쪽)과 윤여춘 대원이 잠시 포즈를 취했다. / 대원들이 빙하지대를 지나 캠프1으로 향하고 있다. 우측에 보이는 깃발은 악천후에 대비, 길을 찾기 위한 표식기이다. /원정대 제공.
출처 : 한국산악인, 악마의 성벽에 오르다(9)
글쓴이 : 황금거북(경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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