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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연재]한국산악인, 악마의 성벽에 오르다(7)
cj8848
2009. 1. 26. 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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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조긴 정상을 향해 출발했던 원정대의 구은수 부대장과 유상범, 윤여춘 대원은 조긴 역시 히말라야라는 사실을 다시 한 번 절감해야 했다. 전날 김옥경, 서선화, 조진용, 한동익, 육근호 대원등과 조긴 캠프1에 도착했던 정상공격조는 새벽 4시 10분 정상을 향해 출발했다.
능선을 따라 전진을 계속하던 대원들은 7시간 30분만에 정상으로 보이는 봉우리에 올라서는데 성공했다. 정상부 직전 바위지대가 있었지만 대원들은 큰 어려움 없이 여기를 돌파해냈다. 하지만 끝이 아니었다. 봉우리에서 다시 이어지는 능선 건너편에 또 하나의 봉우리가 보였다. 육안으로 봐도 대원들이 이미 올라서 있는 봉우리보다 높게 보였다. 조긴 정상이었다. 대원들이 처음 정상이라고 생각하고 오른 봉우리는 그러니까 전위봉(6,200m)이었던 셈이다. 조긴의 높이는 6456m. 표고차가 256m나 나는 셈이다.
설상가상이랄까. 전위봉에서 조긴 정상을 이어주는 능선에는 눈마저 제대로 쌓여있지 않았다. 가파른 경사에다 바람이 심해 눈이 쌓일 틈이 없는 탓이다. 약 500m 거리의 이 능선을 지난다 해도 조긴 정상부까지는 또 한 번 나이프릿지가 이어져 있었다. 북쪽에서 끊임없이 불어오는 바람 때문에 쌓인 눈과 얼음이 밀려서 눈처마를 형성한 모습이 관찰됐다. 정상에 오르자면 지금까지 걸어온 것 보다 훨씬 더 어려운 구간을 돌파해야 되는 셈이었다.
구은수 부대장은 결정을 내려야 했다. 이미 시각은 정오가 다 돼 있었다. 전위봉에서 정상까지 등반의 난이도를 생각하면 정상에 오른다 해도 이미 저녁이 될 확률이 높았다. 그렇다면 하산 대책이 없어진다.
대원들의 목숨까지 담보할 순 없다. 구은수 부대장은 철수 결정을 내렸다.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이 남아 있는 상황에서 조긴 등정에 무리수를 둘 이유는 없는 일이었다. 공격조 대원 3명은 오후 3시 10분 조긴 캠프에 도착했고 그대로 하산을 계속해 저녁 7시 30분에 무사히 베이스캠프로 귀환했다.
히말라야 등반에서는 정상과 전위봉에 대한 착각이 드믄 일은 아니다. 이번 등반의 경우 대원들 스스로 현장에서 전위봉과 정상을 판단해 냈지만 심지어 등반을 마친 후에도 전위봉 등정을 정상 등정으로 믿은 경우까지 있다. 8000m급 산 중에서는 시샤팡마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 중앙봉을 오른 뒤 정상 등정으로 믿고 내려온 경우가 많았고 이 때문에 등정 여부를 놓고 논란이 되기도 했다.
현지 사정도 정상부 사정을 정확하게 읽어내지 못하게 하는 데 단단히 한 몫 했다. 원정대가 베이스캠프에 도착한 후 지금까지 현지 날씨는 오전 한두 시간 정도 날이 갰다가 이내 구름이 끼고 비가 오고 있다. 거기다 조긴 정상부의 경우 늘 가스나 구름에 가려 있어 아래에서는 정확한 관측이 불가능한 상태다.
관측의 어려움은 조긴 캠프1 건설 때도 있었다. 8월 10일 대원들은 전날 깔아놓았던 고정로프 500m를 모두 회수해야 했다. 9일 조긴 캠프1을 향해 루트 작업을 벌였던 대원들은 오후가 돼서야 길을 잘못 잡았음을 알았다. 위험을 무릅쓰지 않으면 캠프1 건설 예정지인 능선까지 오르기가 만만치 않았다. 하는 수 없이 10일 구은수 부대장과 여병은, 김옥경, 윤여춘 대원 등 4명이 이미 설치 해 놓은 고정로프 회수 작업을 했다. 대신 서우석, 김형수, 염동우, 유상범 대원이 새로운 길을 찾아서 등반을 계속했다. 역시 날씨 때문에 루트 파인딩 작업이 여의치 않았던 탓이었다.
8월 15일 대원들은 베이스캠프에 모여 휴식을 취하며 조긴 정상 등반과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에 대한 전반적인 전략을 재검토 했다. 16일 오전 11시 여병은 김형수 염동우 대원이 다시 조긴 캠프1으로 향했다. 이들은 오후 5시 50분 무사히 캠프 1에 도착한 뒤 휴식을 취하며 정상공격을 준비했다.
이날 오후 7시 30분 탈레이사가르 캠프1 구축을 위해 구은수 부대장 조진용 한동익 육근호 유상범 윤여춘 대원이 ABC를 향해 출발했다. 이미 탈레이사가르 캠프 1 건설을 위해 어느 정도 짐수송도 이루어져 있지만 이제는 본격적으로 캠프사이트를 만들고 필요한 장비를 정리해두기 위해서다. 이미 고소 적응이 상당히 이루어진 대원들은 한 시간만에 ABC에 도착, 잠자리에 들 수 있었다.
nanga@osen.co.kr
<사진> 조긴 전위봉을 오르고 있는 윤여춘 대원. 만년설에 쌓인 능선을 지나 마지막 바위지대를 돌파해 정상부에 올랐지만 전위봉으로 판명됐다.(사진 위) 전위봉(좌측)과 조긴 정상부. 두 봉우리를 이어주는 능선은 가파른 바위지대로 되어 있다(가운데) 전위봉에서 바라본 조긴 정상. 구름에 쌓여 있는 정상에 이르는 능선은 나이프릿지여서 등반에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된다./원정대 제공
출처 : [연재]한국산악인, 악마의 성벽에 오르다(7)
글쓴이 : 황금거북(경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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