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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양평에서의 하루 산책
cj8848
2007. 4. 26. 1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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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라도 고즈넉한 풍경 속을 걷고 싶어지는 계절, 짬을 내서 그녀들은 당일 여행을 계획했다. 갤러리가 있는 양평의 예술마을을 둘러보고 전망 좋은 수종사(水鐘寺)에도 올랐다. 쓸쓸한 계절, 심란했던 마음이 한결 차분해진다.
![]() ![]() 둘은 한 번도 함께 서울 밖을 나서본 일이 없다. 그녀들이 양평으로 목적지를 정한 건 한가로이 갤러리 관람을 즐기는 은정 씨의 취향 덕이다. 의류학과를 졸업한 그녀들, 소소한 디자인 하나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갤러리에 걸린 메릴린 먼로 팝아트에 관심을 보이는 은정 씨. 대학교 때 좋아하던 분야인지라 더 그녀의 눈길을 잡아끈다. ![]() 은정 씨의 표정이 추억으로 가득 차는 것을 눈치 챈 민경 씨. 둘은 그림 앞에서 한동안 이런저런 이야기를 되살려내며 즐거워했다. 양평은 몇 년 전부터 예술가가 하나 둘 터를 잡으면서 자연스럽게 예술마을 역할을 하고 있다. 갤러리의 형태도 가지각색. 헤이리 예술마을과는 다른 자연스러움이 묻어 있다. ![]() ‘두물머리’는 잡지 등에서 이미 널리 알려진 절경이다. 옛 모습 그대로 복원된 황포돛배 두 척이 운치를 더한다. 사진에서 보았던 풍경이 워낙 아름다웠던지라 잔뜩 기대를 한 터다. 그런데 막상 가보니 영화 촬영팀이 그곳을 전부 장악하고 있다. 영화 세트와 그들의 밥차가 두물머리의 아늑한 분위기를 느끼지 못하도록 방해하고 있는 것이다. 하긴 그것조차 명랑한 그녀들에겐 좋은 구경거리가 되었지만…. ![]() 낙엽 밟으며 걷고 싶다면 수종사 ![]() 길은 꽤 길었지만 ‘부스럭부스럭’ 떨어지는 낙엽을 밟으며 걷기를 택한 사람이 많다. “우리 다음에는 편한 신발 신고 꼭 걸어서 올라오자. 차로 ‘휙’올라와 버리기엔 낙엽길이 너무 아깝잖아.” 민경 씨는 차 안에서만 바라보는 풍경이 못내 아쉬운 모양이다. 정상에 올라 절 안으로 들어서니 나무에 가려 있던 시야가 걷히고 강을 품에 안은 장엄한 풍경이 눈에 들어온다. “와! 안 왔으면 정말 후회할 뻔했다. 절은 어디나 비슷하다고 생각했는데 느낌이 전혀 다른걸. 전망이 대단해.” 문득 따뜻한 차 한 잔이 마시고 싶어진다. 운 좋게도 차를 마실 수 있는‘삼정헌’의 가장 전망 좋은 테이블이 비어 있어 냉큼 들어가 자리를 잡았다. ![]() 입구에 비석처럼 박힌 묵언 표지가 소음을 용납하지 않는지 절 안은 고요하기만 하다. 그 어떤 감탄도 소리 없이 이루어진다. 세상의 모든 소리와 잡념에서 멀리 떨어져 있다. “저 묵언 표지를 가방에 넣고 다니면서 어디든 조용하게 있고 싶을 때 옆에 꽂아둘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종교 건축물이라기보다는 누구나 말없이 위로받을 수 있을 것 같은 공간이다. 보살님의 친절한 다도(茶道) 설명에 분위기는 한층 고즈넉해진다. ![]() 손꼽아 기다리던 소풍을 나온 어린아이처럼 두 친구는 마냥 천진하다. 그러는 사이 가을 어스름이 슬그머니 찾아왔다. 시곗바늘은 5시를 가리키기도 전인데 뭐가 그리 급한지 해는 서둘러 떨어진다. 돌아오는 차 안, 아직도 그녀들의 하루 산책은 끝나지 않았다. 노을 지는 풍경으로 빨려 들어가는 자동차 행렬을 바라보며 못다 그린 오늘 하루의 나머지 그림을 그려넣기에 여념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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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췌 : 애니카라이프
출처 : 나의 일상을 담아보자 ~ ♡
글쓴이 : 그리움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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