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회 아시아산악연맹(UAAA) 합동등반 참가기
카자흐스탄 천산산맥 Mramornaya Stena Peak(6400m)(일명 마블월)
대한산악연맹 등반기술위원 김영식
7월12일 카자흐스탄의 천산산맥에서 개최되는 제2회 아시아산악연맹 합동등반을 참가하기 위하여 인천국제공항에 이철주(등반경기위원장)대장님과 김재봉(대산련이사)부대장님, 이의제 사무국장님, 그리고 등반기술위원인 박태원(경기), 오희준(제주) 그리고 나(김영식, 충북) 이렇게 6명이 모였다. 서로 각자 준비한 공동장비와 식량을 체크하고 화물을 부치려고 하니 1인당 25kg (화물20Kg, 핸드캐리 5Kg) 밖에 가지고 갈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카자흐스탄항공에서 짐 무게를 철저히 통제하여 도저히 충분한 양의 장비와 식량을 가져가기 힘들게 된 것이다. 할 수 없이 대장님, 부대장님 그리고 사무국장님의 등반장비 일체와 식량의 일부 그리고 개인장비의 여유분을 제외한 꼭 필요한 장비만을 가지고 어렵게 비행기에 올랐다. 6년만에 다시 오른 알마티행 비행기는 6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전혀 없는 것 같다. 한여름 이륙하기 전의 비행기 안은 사우나와 같은 찜통 속이었으나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 비행기가 처음인 다른 대원은 승무원을 불러 따져보기도 하지만 전혀 반응이 없다. 이륙하고도 한참을 지나서야 겨우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승객이 적어 침대칸처럼 여기 저기 누워서 제2회 아시아산악연맹합동등반이 열리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로 향했다.
6시간을 날아 저녁8시30분 알마티 공항에 도착하였다. 6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공항을 빠져나오니 카자흐스탄 산악연맹에서 마중을 나와 한국팀을 반갑게 맞는다. 카자흐스탄 산악연맹 관계자의 안내로 호텔에 여장을 풀고 긴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다음날 아침 한국어 통역가이드인 고려인 대학생 유금자씨와 우리일행은 전세버스에 몸을 싣고 첫 번째 목적진인 카라카라로 향했다. 시원하게 뻗은 도로와 사막지대를 거쳐 출발한지 7시간여만에 유럽 알프스의 자락같은 멋진 카라카라캠프(2300m)에 도착을 하였다. 카자흐스탄 산악연맹회장인 카즈백씨가 나와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카즈백씨와 합동등반일정과 등반에 관한 제반상황에대해 협의를 하고 카라카라의 멋진 초원에서 저녁식사 후 배정 받은 텐트에서 긴 여정의 피로를 풀었다. 다음날 아침 고소적응 할 시간도 없이 바로 헬기편으로 바얀콜 베이스캪프(3,100m)로 가야한단다. 항공편사정으로 우리팀이 몇일 늦어 다른나라(러시아. 카자흐스탄, 이란, 싱카폴 )팀들이 바얀콜 베이스캠프에서 개회식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할수없이 바로 헬기에 몸을 싣고 바얀콜 베이스로 향했다. 헬기로 약 40분을 날아 마블월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초원지대에 자리잡은 정말 멋진 바얀콜 베이스캠프(3100m)에 도착을 하였다. 먼저 도착한 아시아산악연맹의 러시아, 카자흐스탄, 싱가폴, 이란 팀들과 캠프관계자들이 대단한 환영으로 우리를 맞는다. 드디어 바얀콜 베이스캠프에 입성을 하게 되었다. 바로 러시아팀인 모스크바대학 경제학 교수님의 사회로 개회식이 진행되었고 아시아산악연맹합동등반에 참가한 모든 대원들이 서로의 우정과 화합의 잔치인 합동등반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기원하는 축배를 들으며 환호성을 울린다. 개회식이 끝나고 우리팀의 이철주 대장님이 준비한 붉은악마 티셔츠를 각나라 참가팀에게 기념품으로 돌렸다. 이제부터는 모든 화제가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진출로 바퀸다. 박태원대원의 선창으로 대한민국!! 하고 외치면 모든 참가국 대원들이 짝짝!! 짝짝짝!! 박수를 친다. 다시한번 월드컵의 열기가 바얀콜 베이스에 울려퍼지는 정말 멋진 장면이다!!
텐트를 배정받고 식량과 장비를 정리한 후 각 팀의 대원들을 만나 서로 인사와 등반에 관한 정보를 주고 받는 친교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작년 겨울 이란 다마반에서 같이 등반한 이란팀의 후세인도 다시 만나 부등켜 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이제 아시아 산악인들도 이런 행사를 통하여 서로를 잘 알게 되었고 또 서로의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싱가폴팀에서는 싱가폴산악연맹 회장님께서 직접 참가하셨다. 아직 산악활동이 미약한 싱가폴이지만 등반에대한 립회장님의 열정과 관심은 대단하다. 친교의 시간은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고 이제 서로 농담까지 주고 받을 정도로 가까워 졌다. 하지만 이제 내일 아침부터 본격적인 등반이다. 아쉽지만 서로 인사를 나누며 내일의 등반을 위해 각자의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7월15일 아침식사 후 이란팀과 우리팀은 ABC(어택베이스캠프 4300M)로 등반을 시작하였다. 다른팀들은 일찍 도착하여 개회식전에 벌써 ABC에 캠프를 설치해 놓은 상황이었다. 대장님과 부대장님 그리고 박태원, 오희준, 김영식 이렇게 5명은 ABC로 향했다. 긴 글레이셔를 통과하여 바위로 된 능선을 지나 4시간 만에 ABC에 도착을 하였다. ABC에 올라오니 마블월의 1,000M가 넘는 수직의 대리석벽이 성큼 내 눈앞에 다가온다. 정말 멋지고 잘생긴 산이다. 다음에 다시오면 저벽을 한번 꼭 넘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희준대원이 만든 알파미 비빔밥과 북어국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은 후 바로 하산을 시작하여 BC로 돌아왔다. 다음날인 16일은 BC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서울을 떠나 일정에 쫓기여 하루도 쉬지 못하고 운행을 하다보니 대원 모두가 피곤한 것 같다. 바얀콜BC에서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며 휴식을 취하였고 저녁 때 등반 일정에 관한 회의를 가졌다. 캠프에서 잡아놓은 일정이 우리에겐 너무 여유롭고 긴 것 같았서였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으나 이번 등반 목적이 아시아산악연맹합동등반으로 서로 같이 등반하며 우정을 다지는 것이니 만큼 다른팀과의 보조를 맞추어 같이 등반하자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다음날 아침 모든 팀들이 ABC로 향한다. 우리도 이철주 대장님, 김재봉 부대장님, 이의재사무국장님의 환송을 받으며 박태원,오희준,나 이렇게 3명도 ABC로 향했다. 처음 보다 고소적응이 잘되어 지루하던 글레이셔도 금방 지나가 버린다. 돌무더기로 이루어져있는 바위능선을 지나 3시간만에 ABC에 도착하여 데포해둔 짐을 찾아 설원 한폭판에 텐트를 설치하고 내일 캠프1(5300M)에 설치에 필요한 장비와 식량을 점검한 후 ABC의 멋진 텐트에서 잠을 청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오희준대원이 감기로 인해 컨디션이 않좋은 것 같다. 할 수 없이 오희준대원은 BC 로 하산하여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나와 박태원위원 둘만이 캠프1을 설치하기로 하고 캠프1으로 향했다. 가파른 설벽을 유마링을 하여 서너개 넘어서니 큰 플라토가 나왔다. 이곳 끝부분에 약 80도 정도 되는 설벽이 300M 정도 우뚝솟아 있었다. 헉헉거리며 류마링을하여 설벽을 올라서니 능선끝자락에 아늑한 캠프1이 보인다. 눈을 다져 캠프사이트를 만들고 텐트1동을 설치하였다. 내일(19일) 이철주 대장님과 김재봉 부대장님,이의재 사무국장님이 한국에서의 일 때문에 일찍 귀국하기 위하여 BC를 떠나는 날이다. 태원이형하고 나하고 캠프1에서 자고 일찍 BC로 하산하여 대장님이하 귀국하는 선배님들을 환송하기로 하고 캠프1에서 일찍 잠을 청한다. 아침7시에 일어나 간단히 요기를 하고 BC로 뛰어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잘못하면 떠나기 전에 못 도착할 것 같아 정신없이 하산하였다. 그런데 너무 빨리 내려가다 보니 글레이셔 마지막 부분에서 길을 잘못들어 한참을 헤메는 바람에 시간을 더 허비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설상가상 베이스캠프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야속한 헬기가 도착하여 선배님을 태우고 날아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떠나기 전 선배님들 얼굴을 한번 더 볼 생각으로 몇 시간을 뛰어 내려왔건만 바로 눈앞에서 헬기가 이륙하여 카라카라캠프로 날아가 버렸다. BC에 도착하니 왜이리 허전한지???
저녁무렵 늦게 하산을 시작한 싱가폴팀, 카자흐스탄팀, 러시아팀이 베이스에 도착을 하였다. 이란팀은 이 등반을 마치고 칸텡그리에서 등반중인 이란팀과 같이 합류하여 칸텡그리 등반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계속 등반을 하기로 하여 캠프1에 남아있겠다고 한다.
오랜만에 베이스캠프에는 이란팀을 제외한 모든 팀들이 모였다. 캠프의 일정은 2틀을 휴식하고 등반을 시작하여 정상등정 후 베이스캠프로 하산하는 일정이다. 모든 참가대원들이 긴 휴식에 대한 기대감에 식당텐트가 항상 씨끌 버끌하다. 그리고 싱가폴팀 파울대원의 부인인 테라사의 제안에 따라 휴식기간 중 각 나라의 전통 음식을 만들어 먹기로 하였다. 첫 번째는 싱가폴팀의 중국음식 이었고 한국팀은 다음날 점심에 불고기와 감자국을 하기로 하였다. 다음 날 아침부터 박태원위원, 오희준위원, 통역가이드인 유금자,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은 고기를 썰고 없는 양념이지만 열심히 준비하여 고기를 재우고 감자국을 시원하게 끓여냈다. 점신시간이 되어 다들 모여 한국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할 때 여기저기서 맛있다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양념이 충분하였으면 더 맛있는 불고기를 준비하였을텐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든 팀들이 즐기고 있는데 저녁부터 날씨가 나빠지기 시작하더니 엄청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내일 아침에 등반시작인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날도 계속 눈과 비가 내린다. 할 수 없이 또 휴식에 들어간다. 어제 오후에 이란팀은 정상등정을 하였고, 오늘 날씨가 좋지 않은 가운데 베이스로 늦게 하산을 하였다. 저녁에는 이란팀의 정상등정 환영파티을 하였고 내일 날씨가 좋아지면 모든 팀들이 정상등정을 위하여 등반하기로 하고 늦은 시간에 잠을 청한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계속 눈과 비가 내린다. 산위쪽에는 어마어마한 눈이 내렸을텐데 정말 걱정이다. 오늘도 하는 수 없이 캠프에서 각나라팀에서 준비한 전통음식을 먹으며 휴식이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볶음밥은 정말 일품이었다. 저녁 늦게부터 날씨가 개이기 시작하더니 하늘이 맑아지기 시작하였다. 몇칠간 날씨가 나빴으니 이제부터는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일 아침 출발을 위하여 일찍 잠을 청한다. 7월24일 4일간의 긴 휴식을 마치고 베이스캠프에 있던 모든팀들이 마블월을 향하여 출발을 하였다. 가다보니 한국팀이 맨앞이다. 평소에 ABC 까지는 비브람을 신지 않고 등반이 가능하였는데 이틀간 내린 눈이 무릅까지 빠진다. 8,000미터봉 6개를 써미트한 오희준대원이 앞에서 럿셀을 하며 힘차게 나간다. 하지만 위로 갈수록 눈의 깊이는 더 깊어지고 점점 등반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ABC에 거의 다 도착할 무렵 힘좋던 오희준대원도 지쳤는가보다 이제 내가 앞서 나머지 부분을 러셀을 하며 평소보다 서너시간이 더 걸려 ABC에 도착을 하였다. ABC에 도착을 하여 눈에 덮힌 텐트를 정리하고 내일 산행을 위하여 텐트에 들어가 일찍 휴식을 취한다. 아침 일찍부터 모든팀들이 등반 준비하느라 ABC가 부산하다. 우리도 간단히 아침을 먹고 등반에 필요한 식량과 장비를 챙켜 아침8시에 출발하였다. 오늘은 카자흐스탄 팀의 캠프관계자들이 러셀을 하겠다고 앞으로 나선다. 우리팀과 같이 맨앞쪽에서 럿셀을 하며 캠프1으로 전진한다. 눈이 많이 내려 허벅지이상 눈이 빠지고 전에 설치한 휙스로프가 눈에 묻혀 전진하는데 애를 먹는다. 마지막 80도경사의 300M 설벽에서는 휙스로프를 찾느라 30분이상 헤메였다. 평소보다 3시간이나 더 결려서야 캠프1에 도착을 하였다. 캠프1의 텐트들은 거의 다 눈속에 파묻힌 상태였으나 우리 텐트는 상태가 양호하여 금방 복구 할 수가 있었다. 다른팀들은 텐트를 눈속에서 파내어 다시 설치하느라 저녁 때 까지 계속 작업을 하였다. 저녁식사후 내일 캠프2(5900M)까지 등반을 위해 일찍 침낭속으로 몸을 넣는다. 밤새도록 부는 제트기류에 잠을 설치고 아침일찍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하고 등반준비를 한다. 날씨는 쾌청한데 바람이 너무세다. 비가 그친후 기온이 상당히 떨어졌고, 낮이고 밤이고 틈만나면 거센 바람이 불어댄다. 능선이라 피할 곳도 없고 그냥 바람을 헤치고 날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오늘도 성질급한 한국팀들이 앞장을 선다. 허벅지 이상 빠지는 눈길을 해치고 등반하기란 정말 끔찍하다. 특히 나는 몸무게가 많이나가 앞에서 러셀한 곳을 지나다보면 더 푹 빠져 허리이상 눈속에 파묻혀 허우적거린다. 정말 짜증이 나서 내려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가파른 바위능선과 설벽을 계속 넘다보니 오후2시쯤 텐트를 2동정도 칠만한 캠프2 자리가 나타났다. 베이스에서 들은 정보로는 여기가 5900M 캠프2인 것 같다. 여기서 20분정도 더 올라가면 6100에 넓은 캠프2가 또 있다. 계속 러셀을 하면서 올라온 우리팀은 여기서 텐트를 치기로 하였다. 가파른 설사면의 좁은공간에 눈을다져 텐트를 설치하는데 폴대 하나가 슬그머니 미끄러져 내려가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공간도 좋지않고 바람이 거센데 폴대하나까지 분실하였으니 걱정이다. 하지만 어렵게 텐트를 픽스로프로 고정하여 설벽에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텐트안에 들어가 차를 끓여 마시고 있으려니 싱가폴팀과 다른팀들이 올라온다. 러시아팀과 카자흐스탄팀은 6100M에 캠프2를 설치하겠다고 올라가고 싱가폴팀은 너무 지쳐 우리 텐트옆에 텐트를 친단다. 싱가폴팀 회장님과 막내인 제이슨이 너무지쳐 움지이지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어 우리팀이 텐트를 쳐주었다. 아침일찍 정상에 같이가자고 약속하고 텐트에 들어와 침낭속에 몸을 넣는다. 밤새도록 텐트가 날아갈 정도로 거센 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댄다. 조그만 틈새만 있으면 눈이 바람에 날리어 텐트안에 수북하게 쌓인다. 내일 날씨가 좋아져야 할텐데... 걱정을 하며 잠을 청한다. 7월27일 새벽 6시에 일어나 물을 끓여 차와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등반준비을 한다음 7시30분 텐트문을 나선다. 옆텐트의 싱가폴팀에게 같이 가자고 하니 피곤하여 오늘 하루 더 쉬고 내일 정상공격을 하겠다고 한다. 어제 너무 지쳤는가보다!! 할수 없이 우리팀만 출발을 하여 6100M의 캠프2에 도착하니 다른팀들은 이제 아침식사준비 중이다. 30분정도 기달려 카자흐스탄팀과, 러시아팀, 싱가폴팀1명,우리팀 이렇게 8명은 8시 30분에 6100M의 캠프2를 출발하였다. 봉우리가 연봉으로 이어져 있는데 맨 마지막 봉우리가 정상이란다. 가까워 보이지만 가도가도 끝이 없는 것 같다. 허벅지이상 빠지는 눈을 헤치고 러시아팀의 와딤이 앞장을 선다. 설릉과 암릉을 계속넘어가야 하는데 눈이 크러스트가 되지않아 암릉등반시는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신경이 쓰인다. 정상에 중간정도 왔을 때 앞서가던 와딤이 뒤에 쳐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팀과 같이 가겠다고 앞자리을 우리에게 내준다. 이제 우리가 앞서서 러셀을 해가며 암릉을 넘어 정상으로 향한다. 계속되는 암릉을 넘어 12시 정각에 정상에 섰다. 칸텡그리와 중국쪽 천산이 한눈에 보인다. 서로 부등켜 안고 정상의 기쁨을 나누고 대한산악연맹기와 아시아산악연맹(UAAA)기를 가지고 기념촬영을하고 오후 1시쯤 하산을 시작하였다. 20분정도 내려오니 카자흐스탄팀과 러시아팀이 올라오고 있다. 바로 정상이라고 힘내라고 격려하니, 축하한다며 부등켜 안는다. 정말 산사람들의 뜨거운 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오늘 가능하면 베이스캠프까지 내려갈 욕심에 서둘러 하산을 시작하였다. 캠프2에 도착하여 텐트를 철거하여 뛰다시피 내려가 보지만 아침부터 지금까지 먹은 것도 적고 점점 다리에 힘이 빠진다. 설상가상 캠프1에서 ABC로 하산 중 넓을 플라토(설원)에서 가스가 끼어 5M앞도 안보이는 상태가 되었다. 바람이 불어 러셀자국은 다 없어지고 말이다. 정말 앞이 캄캄하다 이런 날씨가 계속되면 비박을 하는 수밖에 .... 한 1시간가량 꼼짝없이 주저앉아 기다리고 있으려니 잠깐 하늘이 개이면서 먼 곳에 빨간 표식깃발이 눈에 보인다. 우리가 길 쪽에서 한참 위쪽에서 헤메고 있었던 것 같다. 신속하게 길을 찾아 ABC까지 내려오니 시간도 늦고 다들 지쳐 캠프1에서 자고 내일 하산하기로 하였다. 캠프1에서 캠프장인 알렉스(러시아)에게 축하를 받으며 피곤한 몸과 마음을 이끌고 텐트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아침일찍 차한잔만 마시고 베이스로 향했다. 베이스캠프에 가서 더 맛있는 푸짐한 음식을 먹고픈 욕심에... 베이스에 도착하니 캠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취사도구들을 두들기며 대단한 환영으로 우리를 맞는다. 쵸코렛으로 만든 축하 목걸이를 대원에게 건내주며 축하한다고 아우성이다. 정말 자기들이 등반한 것처럼 기뻐해주는 순수한 마음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오랜만에 베이스에서 물을데워 목욕도 하고 푸짐한 음식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무전기에서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정상에 간 싱가폴팀들이 시간이 되었는데도 무전교신도 안되고 돌아오지도 않고 있다고 한다. 다시 베이스캠프는 기장감이 맴돌았다. 싱가폴팀이 테라사는 남편과 싱가폴팀 걱정에 눈물이 글썽인다. 저녁 5시쯤에는 캠프2에 있던 러시아팀의 구조대가 정상쪽으로 향했다. 저녁 7시쯤 구조대와 싱가폴팀이 만나 무사함을 베이스캠프에 알린다. 다들 안도에 한숨과 환성이 나온다. 싱가폴팀들이 너무지쳐서 루트의 어려운 구간에 로프를 사용하다보니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 것 같다.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캠프2에 도착한 것 같다. 총12시간 이상의 산행을 했으니 정말 힘이 들었는가보다!!
다음날 베이스에서 우리는 짐을 꾸리고 철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점심 무렵 ABC의 알렉스 캠프장(61)으로부터 무전연락이 왔다. 싱가폴팀들이 너무 지쳐 베이스캠프까지 내려오기 힘드니 올라와서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당연히 도와줘야 할 일이라고 대답하고 점심식사후 박태원위원,오희준위원, 나 이렇게 우리팀3명은 다시 ABC로 향했다. 날씨가 나빠지기 시작하는데 싱가폴팀은 보이질 않는다. 거의 ABC에 다 도착할 무렵 무거운 몸을 이끌며 러시아 가이드인 와딤과 함께 내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배낭을 모두 받아 메니 발걸음이 가벼운지 이제부터 속도가 나는 것 같다. 저녁 7시가 넘어서야 모두가 베이스캠프에 도착을 하였다. 베이스에서는 등정기념 파티가 준비되어 있어고 모든 팀들이 무사히 정상등정 마치고 환영파티에 참가를 하였다. 모두들 한국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통에 조금 쑥스러워진다. 우리는 산사람으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싱가폴팀의 회장님은 이번 산행에서 한국팀과 많은 우정을 나누게 되어 정말 좋았다고 여러번 강조를 하신다. 정말 아시아의 산악인이 한덩어리가 되어가는 그런 기분이다. 샴페인이 떠지고 우리 모두가 성공적인 등반을 기념하는 축배의 환호성을 울리며 다시 한번 아시아산악인들의 우정을 확인하였다. 정말 멋지고 좋은 밤이었다. 다음 아시아산악연맹 합동등반 때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서로 아쉬운 밤을 정리하여야 했다. 다음날 아침 11시경 20여일간의 정이 많이 들었던 마블월의 바얀콜 베이스캠프를 뒤로하고 모든 대원들이 헬기에 몸을 실었다. 약 40여분간의 비행 끝에 카라카라의 캠프에 도착하여 카자흐스탄산악연맹 회장님인 카즈벡씨의 사회로 이번 등반의 마지막인 폐회식을 가졌고, 헤어지기가 서로 아쉬워 부둥켜 안으며 다음 합동등반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알마티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카자흐스탄 천산산맥 Mramornaya Stena Peak(6400m)(일명 마블월)
대한산악연맹 등반기술위원 김영식
7월12일 카자흐스탄의 천산산맥에서 개최되는 제2회 아시아산악연맹 합동등반을 참가하기 위하여 인천국제공항에 이철주(등반경기위원장)대장님과 김재봉(대산련이사)부대장님, 이의제 사무국장님, 그리고 등반기술위원인 박태원(경기), 오희준(제주) 그리고 나(김영식, 충북) 이렇게 6명이 모였다. 서로 각자 준비한 공동장비와 식량을 체크하고 화물을 부치려고 하니 1인당 25kg (화물20Kg, 핸드캐리 5Kg) 밖에 가지고 갈 수 없는 긴박한 상황이 벌어졌다. 카자흐스탄항공에서 짐 무게를 철저히 통제하여 도저히 충분한 양의 장비와 식량을 가져가기 힘들게 된 것이다. 할 수 없이 대장님, 부대장님 그리고 사무국장님의 등반장비 일체와 식량의 일부 그리고 개인장비의 여유분을 제외한 꼭 필요한 장비만을 가지고 어렵게 비행기에 올랐다. 6년만에 다시 오른 알마티행 비행기는 6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것이 전혀 없는 것 같다. 한여름 이륙하기 전의 비행기 안은 사우나와 같은 찜통 속이었으나 에어컨의 시원한 바람은 찾아볼 수가 없었다. 이 비행기가 처음인 다른 대원은 승무원을 불러 따져보기도 하지만 전혀 반응이 없다. 이륙하고도 한참을 지나서야 겨우 시원한 바람이 나온다. 승객이 적어 침대칸처럼 여기 저기 누워서 제2회 아시아산악연맹합동등반이 열리는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로 향했다.
6시간을 날아 저녁8시30분 알마티 공항에 도착하였다. 6년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공항을 빠져나오니 카자흐스탄 산악연맹에서 마중을 나와 한국팀을 반갑게 맞는다. 카자흐스탄 산악연맹 관계자의 안내로 호텔에 여장을 풀고 긴 여행의 피로를 풀었다.
다음날 아침 한국어 통역가이드인 고려인 대학생 유금자씨와 우리일행은 전세버스에 몸을 싣고 첫 번째 목적진인 카라카라로 향했다. 시원하게 뻗은 도로와 사막지대를 거쳐 출발한지 7시간여만에 유럽 알프스의 자락같은 멋진 카라카라캠프(2300m)에 도착을 하였다. 카자흐스탄 산악연맹회장인 카즈백씨가 나와 우리를 반갑게 맞는다. 카즈백씨와 합동등반일정과 등반에 관한 제반상황에대해 협의를 하고 카라카라의 멋진 초원에서 저녁식사 후 배정 받은 텐트에서 긴 여정의 피로를 풀었다. 다음날 아침 고소적응 할 시간도 없이 바로 헬기편으로 바얀콜 베이스캪프(3,100m)로 가야한단다. 항공편사정으로 우리팀이 몇일 늦어 다른나라(러시아. 카자흐스탄, 이란, 싱카폴 )팀들이 바얀콜 베이스캠프에서 개회식을 하려고 기다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할수없이 바로 헬기에 몸을 싣고 바얀콜 베이스로 향했다. 헬기로 약 40분을 날아 마블월이 정면으로 바라보이는 초원지대에 자리잡은 정말 멋진 바얀콜 베이스캠프(3100m)에 도착을 하였다. 먼저 도착한 아시아산악연맹의 러시아, 카자흐스탄, 싱가폴, 이란 팀들과 캠프관계자들이 대단한 환영으로 우리를 맞는다. 드디어 바얀콜 베이스캠프에 입성을 하게 되었다. 바로 러시아팀인 모스크바대학 경제학 교수님의 사회로 개회식이 진행되었고 아시아산악연맹합동등반에 참가한 모든 대원들이 서로의 우정과 화합의 잔치인 합동등반이 성공적으로 끝나기를 기원하는 축배를 들으며 환호성을 울린다. 개회식이 끝나고 우리팀의 이철주 대장님이 준비한 붉은악마 티셔츠를 각나라 참가팀에게 기념품으로 돌렸다. 이제부터는 모든 화제가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진출로 바퀸다. 박태원대원의 선창으로 대한민국!! 하고 외치면 모든 참가국 대원들이 짝짝!! 짝짝짝!! 박수를 친다. 다시한번 월드컵의 열기가 바얀콜 베이스에 울려퍼지는 정말 멋진 장면이다!!
텐트를 배정받고 식량과 장비를 정리한 후 각 팀의 대원들을 만나 서로 인사와 등반에 관한 정보를 주고 받는 친교의 시간으로 이어졌다. 작년 겨울 이란 다마반에서 같이 등반한 이란팀의 후세인도 다시 만나 부등켜 안고 재회의 기쁨을 나누었다. 이제 아시아 산악인들도 이런 행사를 통하여 서로를 잘 알게 되었고 또 서로의 우정을 나눌 수 있는 정말 좋은 기회가 된 것 같다. 싱가폴팀에서는 싱가폴산악연맹 회장님께서 직접 참가하셨다. 아직 산악활동이 미약한 싱가폴이지만 등반에대한 립회장님의 열정과 관심은 대단하다. 친교의 시간은 저녁 늦은 시간까지 이어졌고 이제 서로 농담까지 주고 받을 정도로 가까워 졌다. 하지만 이제 내일 아침부터 본격적인 등반이다. 아쉽지만 서로 인사를 나누며 내일의 등반을 위해 각자의 텐트로 들어가 잠을 청한다.
7월15일 아침식사 후 이란팀과 우리팀은 ABC(어택베이스캠프 4300M)로 등반을 시작하였다. 다른팀들은 일찍 도착하여 개회식전에 벌써 ABC에 캠프를 설치해 놓은 상황이었다. 대장님과 부대장님 그리고 박태원, 오희준, 김영식 이렇게 5명은 ABC로 향했다. 긴 글레이셔를 통과하여 바위로 된 능선을 지나 4시간 만에 ABC에 도착을 하였다. ABC에 올라오니 마블월의 1,000M가 넘는 수직의 대리석벽이 성큼 내 눈앞에 다가온다. 정말 멋지고 잘생긴 산이다. 다음에 다시오면 저벽을 한번 꼭 넘어보아야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오희준대원이 만든 알파미 비빔밥과 북어국으로 점심을 맛있게 먹은 후 바로 하산을 시작하여 BC로 돌아왔다. 다음날인 16일은 BC에서 휴식을 취하기로 하였다. 서울을 떠나 일정에 쫓기여 하루도 쉬지 못하고 운행을 하다보니 대원 모두가 피곤한 것 같다. 바얀콜BC에서 오랜만에 여유로운 시간을 가지며 휴식을 취하였고 저녁 때 등반 일정에 관한 회의를 가졌다. 캠프에서 잡아놓은 일정이 우리에겐 너무 여유롭고 긴 것 같았서였다. 여러 가지 의견이 나왔으나 이번 등반 목적이 아시아산악연맹합동등반으로 서로 같이 등반하며 우정을 다지는 것이니 만큼 다른팀과의 보조를 맞추어 같이 등반하자는 결론에 도달하였다.
다음날 아침 모든 팀들이 ABC로 향한다. 우리도 이철주 대장님, 김재봉 부대장님, 이의재사무국장님의 환송을 받으며 박태원,오희준,나 이렇게 3명도 ABC로 향했다. 처음 보다 고소적응이 잘되어 지루하던 글레이셔도 금방 지나가 버린다. 돌무더기로 이루어져있는 바위능선을 지나 3시간만에 ABC에 도착하여 데포해둔 짐을 찾아 설원 한폭판에 텐트를 설치하고 내일 캠프1(5300M)에 설치에 필요한 장비와 식량을 점검한 후 ABC의 멋진 텐트에서 잠을 청한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오희준대원이 감기로 인해 컨디션이 않좋은 것 같다. 할 수 없이 오희준대원은 BC 로 하산하여 휴식을 취하기로 하고 나와 박태원위원 둘만이 캠프1을 설치하기로 하고 캠프1으로 향했다. 가파른 설벽을 유마링을 하여 서너개 넘어서니 큰 플라토가 나왔다. 이곳 끝부분에 약 80도 정도 되는 설벽이 300M 정도 우뚝솟아 있었다. 헉헉거리며 류마링을하여 설벽을 올라서니 능선끝자락에 아늑한 캠프1이 보인다. 눈을 다져 캠프사이트를 만들고 텐트1동을 설치하였다. 내일(19일) 이철주 대장님과 김재봉 부대장님,이의재 사무국장님이 한국에서의 일 때문에 일찍 귀국하기 위하여 BC를 떠나는 날이다. 태원이형하고 나하고 캠프1에서 자고 일찍 BC로 하산하여 대장님이하 귀국하는 선배님들을 환송하기로 하고 캠프1에서 일찍 잠을 청한다. 아침7시에 일어나 간단히 요기를 하고 BC로 뛰어 내려가기 시작하였다. 잘못하면 떠나기 전에 못 도착할 것 같아 정신없이 하산하였다. 그런데 너무 빨리 내려가다 보니 글레이셔 마지막 부분에서 길을 잘못들어 한참을 헤메는 바람에 시간을 더 허비하는 꼴이 되어 버렸다. 설상가상 베이스캠프가 바로 눈앞에 있는데 야속한 헬기가 도착하여 선배님을 태우고 날아가 버리는 것이 아닌가. 떠나기 전 선배님들 얼굴을 한번 더 볼 생각으로 몇 시간을 뛰어 내려왔건만 바로 눈앞에서 헬기가 이륙하여 카라카라캠프로 날아가 버렸다. BC에 도착하니 왜이리 허전한지???
저녁무렵 늦게 하산을 시작한 싱가폴팀, 카자흐스탄팀, 러시아팀이 베이스에 도착을 하였다. 이란팀은 이 등반을 마치고 칸텡그리에서 등반중인 이란팀과 같이 합류하여 칸텡그리 등반을 하여야 하기 때문에 계속 등반을 하기로 하여 캠프1에 남아있겠다고 한다.
오랜만에 베이스캠프에는 이란팀을 제외한 모든 팀들이 모였다. 캠프의 일정은 2틀을 휴식하고 등반을 시작하여 정상등정 후 베이스캠프로 하산하는 일정이다. 모든 참가대원들이 긴 휴식에 대한 기대감에 식당텐트가 항상 씨끌 버끌하다. 그리고 싱가폴팀 파울대원의 부인인 테라사의 제안에 따라 휴식기간 중 각 나라의 전통 음식을 만들어 먹기로 하였다. 첫 번째는 싱가폴팀의 중국음식 이었고 한국팀은 다음날 점심에 불고기와 감자국을 하기로 하였다. 다음 날 아침부터 박태원위원, 오희준위원, 통역가이드인 유금자, 그리고 나 이렇게 4명은 고기를 썰고 없는 양념이지만 열심히 준비하여 고기를 재우고 감자국을 시원하게 끓여냈다. 점신시간이 되어 다들 모여 한국음식으로 점심식사를 할 때 여기저기서 맛있다는 탄성이 흘러나온다. 양념이 충분하였으면 더 맛있는 불고기를 준비하였을텐데.... 조금 아쉬움이 남는다. 이렇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모든 팀들이 즐기고 있는데 저녁부터 날씨가 나빠지기 시작하더니 엄청난 비가 내리기 시작한다. 내일 아침에 등반시작인데 날씨가 심상치 않다. 아니나 다를까 그 다음날도 계속 눈과 비가 내린다. 할 수 없이 또 휴식에 들어간다. 어제 오후에 이란팀은 정상등정을 하였고, 오늘 날씨가 좋지 않은 가운데 베이스로 늦게 하산을 하였다. 저녁에는 이란팀의 정상등정 환영파티을 하였고 내일 날씨가 좋아지면 모든 팀들이 정상등정을 위하여 등반하기로 하고 늦은 시간에 잠을 청한다. 아침에 일어나보니 계속 눈과 비가 내린다. 산위쪽에는 어마어마한 눈이 내렸을텐데 정말 걱정이다. 오늘도 하는 수 없이 캠프에서 각나라팀에서 준비한 전통음식을 먹으며 휴식이다. 특히 카자흐스탄의 볶음밥은 정말 일품이었다. 저녁 늦게부터 날씨가 개이기 시작하더니 하늘이 맑아지기 시작하였다. 몇칠간 날씨가 나빴으니 이제부터는 좋을 것 같은 예감이 든다. 내일 아침 출발을 위하여 일찍 잠을 청한다. 7월24일 4일간의 긴 휴식을 마치고 베이스캠프에 있던 모든팀들이 마블월을 향하여 출발을 하였다. 가다보니 한국팀이 맨앞이다. 평소에 ABC 까지는 비브람을 신지 않고 등반이 가능하였는데 이틀간 내린 눈이 무릅까지 빠진다. 8,000미터봉 6개를 써미트한 오희준대원이 앞에서 럿셀을 하며 힘차게 나간다. 하지만 위로 갈수록 눈의 깊이는 더 깊어지고 점점 등반속도가 떨어지기 시작한다. ABC에 거의 다 도착할 무렵 힘좋던 오희준대원도 지쳤는가보다 이제 내가 앞서 나머지 부분을 러셀을 하며 평소보다 서너시간이 더 걸려 ABC에 도착을 하였다. ABC에 도착을 하여 눈에 덮힌 텐트를 정리하고 내일 산행을 위하여 텐트에 들어가 일찍 휴식을 취한다. 아침 일찍부터 모든팀들이 등반 준비하느라 ABC가 부산하다. 우리도 간단히 아침을 먹고 등반에 필요한 식량과 장비를 챙켜 아침8시에 출발하였다. 오늘은 카자흐스탄 팀의 캠프관계자들이 러셀을 하겠다고 앞으로 나선다. 우리팀과 같이 맨앞쪽에서 럿셀을 하며 캠프1으로 전진한다. 눈이 많이 내려 허벅지이상 눈이 빠지고 전에 설치한 휙스로프가 눈에 묻혀 전진하는데 애를 먹는다. 마지막 80도경사의 300M 설벽에서는 휙스로프를 찾느라 30분이상 헤메였다. 평소보다 3시간이나 더 결려서야 캠프1에 도착을 하였다. 캠프1의 텐트들은 거의 다 눈속에 파묻힌 상태였으나 우리 텐트는 상태가 양호하여 금방 복구 할 수가 있었다. 다른팀들은 텐트를 눈속에서 파내어 다시 설치하느라 저녁 때 까지 계속 작업을 하였다. 저녁식사후 내일 캠프2(5900M)까지 등반을 위해 일찍 침낭속으로 몸을 넣는다. 밤새도록 부는 제트기류에 잠을 설치고 아침일찍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하고 등반준비를 한다. 날씨는 쾌청한데 바람이 너무세다. 비가 그친후 기온이 상당히 떨어졌고, 낮이고 밤이고 틈만나면 거센 바람이 불어댄다. 능선이라 피할 곳도 없고 그냥 바람을 헤치고 날갈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오늘도 성질급한 한국팀들이 앞장을 선다. 허벅지 이상 빠지는 눈길을 해치고 등반하기란 정말 끔찍하다. 특히 나는 몸무게가 많이나가 앞에서 러셀한 곳을 지나다보면 더 푹 빠져 허리이상 눈속에 파묻혀 허우적거린다. 정말 짜증이 나서 내려가고 싶은 생각뿐이다. 가파른 바위능선과 설벽을 계속 넘다보니 오후2시쯤 텐트를 2동정도 칠만한 캠프2 자리가 나타났다. 베이스에서 들은 정보로는 여기가 5900M 캠프2인 것 같다. 여기서 20분정도 더 올라가면 6100에 넓은 캠프2가 또 있다. 계속 러셀을 하면서 올라온 우리팀은 여기서 텐트를 치기로 하였다. 가파른 설사면의 좁은공간에 눈을다져 텐트를 설치하는데 폴대 하나가 슬그머니 미끄러져 내려가 우리 시야에서 사라져 버린다. 공간도 좋지않고 바람이 거센데 폴대하나까지 분실하였으니 걱정이다. 하지만 어렵게 텐트를 픽스로프로 고정하여 설벽에 아늑한 보금자리를 만들었다. 텐트안에 들어가 차를 끓여 마시고 있으려니 싱가폴팀과 다른팀들이 올라온다. 러시아팀과 카자흐스탄팀은 6100M에 캠프2를 설치하겠다고 올라가고 싱가폴팀은 너무 지쳐 우리 텐트옆에 텐트를 친단다. 싱가폴팀 회장님과 막내인 제이슨이 너무지쳐 움지이지도 못하고 쩔쩔매고 있어 우리팀이 텐트를 쳐주었다. 아침일찍 정상에 같이가자고 약속하고 텐트에 들어와 침낭속에 몸을 넣는다. 밤새도록 텐트가 날아갈 정도로 거센 바람이 쉬지 않고 불어댄다. 조그만 틈새만 있으면 눈이 바람에 날리어 텐트안에 수북하게 쌓인다. 내일 날씨가 좋아져야 할텐데... 걱정을 하며 잠을 청한다. 7월27일 새벽 6시에 일어나 물을 끓여 차와 간단하게 아침식사를 하고 등반준비을 한다음 7시30분 텐트문을 나선다. 옆텐트의 싱가폴팀에게 같이 가자고 하니 피곤하여 오늘 하루 더 쉬고 내일 정상공격을 하겠다고 한다. 어제 너무 지쳤는가보다!! 할수 없이 우리팀만 출발을 하여 6100M의 캠프2에 도착하니 다른팀들은 이제 아침식사준비 중이다. 30분정도 기달려 카자흐스탄팀과, 러시아팀, 싱가폴팀1명,우리팀 이렇게 8명은 8시 30분에 6100M의 캠프2를 출발하였다. 봉우리가 연봉으로 이어져 있는데 맨 마지막 봉우리가 정상이란다. 가까워 보이지만 가도가도 끝이 없는 것 같다. 허벅지이상 빠지는 눈을 헤치고 러시아팀의 와딤이 앞장을 선다. 설릉과 암릉을 계속넘어가야 하는데 눈이 크러스트가 되지않아 암릉등반시는 정말 소름이 끼칠 정도로 신경이 쓰인다. 정상에 중간정도 왔을 때 앞서가던 와딤이 뒤에 쳐진 러시아와 카자흐스탄팀과 같이 가겠다고 앞자리을 우리에게 내준다. 이제 우리가 앞서서 러셀을 해가며 암릉을 넘어 정상으로 향한다. 계속되는 암릉을 넘어 12시 정각에 정상에 섰다. 칸텡그리와 중국쪽 천산이 한눈에 보인다. 서로 부등켜 안고 정상의 기쁨을 나누고 대한산악연맹기와 아시아산악연맹(UAAA)기를 가지고 기념촬영을하고 오후 1시쯤 하산을 시작하였다. 20분정도 내려오니 카자흐스탄팀과 러시아팀이 올라오고 있다. 바로 정상이라고 힘내라고 격려하니, 축하한다며 부등켜 안는다. 정말 산사람들의 뜨거운 정을 다시 한번 느낄 수 있었다. 오늘 가능하면 베이스캠프까지 내려갈 욕심에 서둘러 하산을 시작하였다. 캠프2에 도착하여 텐트를 철거하여 뛰다시피 내려가 보지만 아침부터 지금까지 먹은 것도 적고 점점 다리에 힘이 빠진다. 설상가상 캠프1에서 ABC로 하산 중 넓을 플라토(설원)에서 가스가 끼어 5M앞도 안보이는 상태가 되었다. 바람이 불어 러셀자국은 다 없어지고 말이다. 정말 앞이 캄캄하다 이런 날씨가 계속되면 비박을 하는 수밖에 .... 한 1시간가량 꼼짝없이 주저앉아 기다리고 있으려니 잠깐 하늘이 개이면서 먼 곳에 빨간 표식깃발이 눈에 보인다. 우리가 길 쪽에서 한참 위쪽에서 헤메고 있었던 것 같다. 신속하게 길을 찾아 ABC까지 내려오니 시간도 늦고 다들 지쳐 캠프1에서 자고 내일 하산하기로 하였다. 캠프1에서 캠프장인 알렉스(러시아)에게 축하를 받으며 피곤한 몸과 마음을 이끌고 텐트속으로 기어들어갔다. 아침일찍 차한잔만 마시고 베이스로 향했다. 베이스캠프에 가서 더 맛있는 푸짐한 음식을 먹고픈 욕심에... 베이스에 도착하니 캠프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취사도구들을 두들기며 대단한 환영으로 우리를 맞는다. 쵸코렛으로 만든 축하 목걸이를 대원에게 건내주며 축하한다고 아우성이다. 정말 자기들이 등반한 것처럼 기뻐해주는 순수한 마음에 눈물이 날 지경이다.
오랜만에 베이스에서 물을데워 목욕도 하고 푸짐한 음식에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무전기에서 급박한 목소리가 들려온다. 오늘 정상에 간 싱가폴팀들이 시간이 되었는데도 무전교신도 안되고 돌아오지도 않고 있다고 한다. 다시 베이스캠프는 기장감이 맴돌았다. 싱가폴팀이 테라사는 남편과 싱가폴팀 걱정에 눈물이 글썽인다. 저녁 5시쯤에는 캠프2에 있던 러시아팀의 구조대가 정상쪽으로 향했다. 저녁 7시쯤 구조대와 싱가폴팀이 만나 무사함을 베이스캠프에 알린다. 다들 안도에 한숨과 환성이 나온다. 싱가폴팀들이 너무지쳐서 루트의 어려운 구간에 로프를 사용하다보니 시간이 더 많이 소요된 것 같다. 저녁 8시가 넘어서야 캠프2에 도착한 것 같다. 총12시간 이상의 산행을 했으니 정말 힘이 들었는가보다!!
다음날 베이스에서 우리는 짐을 꾸리고 철수 준비를 하고 있는데 점심 무렵 ABC의 알렉스 캠프장(61)으로부터 무전연락이 왔다. 싱가폴팀들이 너무 지쳐 베이스캠프까지 내려오기 힘드니 올라와서 도와달라는 내용이었다. 우리는 당연히 도와줘야 할 일이라고 대답하고 점심식사후 박태원위원,오희준위원, 나 이렇게 우리팀3명은 다시 ABC로 향했다. 날씨가 나빠지기 시작하는데 싱가폴팀은 보이질 않는다. 거의 ABC에 다 도착할 무렵 무거운 몸을 이끌며 러시아 가이드인 와딤과 함께 내려오고 있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배낭을 모두 받아 메니 발걸음이 가벼운지 이제부터 속도가 나는 것 같다. 저녁 7시가 넘어서야 모두가 베이스캠프에 도착을 하였다. 베이스에서는 등정기념 파티가 준비되어 있어고 모든 팀들이 무사히 정상등정 마치고 환영파티에 참가를 하였다. 모두들 한국팀에게 고맙다고 인사를 하는 통에 조금 쑥스러워진다. 우리는 산사람으로 할 일을 했을 뿐인데... 싱가폴팀의 회장님은 이번 산행에서 한국팀과 많은 우정을 나누게 되어 정말 좋았다고 여러번 강조를 하신다. 정말 아시아의 산악인이 한덩어리가 되어가는 그런 기분이다. 샴페인이 떠지고 우리 모두가 성공적인 등반을 기념하는 축배의 환호성을 울리며 다시 한번 아시아산악인들의 우정을 확인하였다. 정말 멋지고 좋은 밤이었다. 다음 아시아산악연맹 합동등반 때 다시 만나자는 약속을 하며 서로 아쉬운 밤을 정리하여야 했다. 다음날 아침 11시경 20여일간의 정이 많이 들었던 마블월의 바얀콜 베이스캠프를 뒤로하고 모든 대원들이 헬기에 몸을 실었다. 약 40여분간의 비행 끝에 카라카라의 캠프에 도착하여 카자흐스탄산악연맹 회장님인 카즈벡씨의 사회로 이번 등반의 마지막인 폐회식을 가졌고, 헤어지기가 서로 아쉬워 부둥켜 안으며 다음 합동등반에서 다시 만날 것을 기약하면서 알마티로 향하는 버스에 몸을 실었다.
출처 : 충북등산학교
글쓴이 : 김영식 원글보기
메모 : 2002년 산악인이철주의 마블월픽크 아시아산악인 합동등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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