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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일 새벽 3시 캠프2에서 하루 휴식을 취했던 구은수 부대장은 유상범 대원과 함께 다시 탈레이사가르 북벽에 매달렸다. 이에 앞서 구은수 부대장은 유상범 대원을 캠프1에 남겨 3일동안 휴식을 취하게 한 다음이었다.
두 사람은 미리 설치 돼 있는 고정로프에 매달려 힘차게 주마링을 시작했다. 이번 등반은 탈레이사가르 북벽 중앙에 형성 돼 있는 거대한 쿨르와르를 통과하는 루트를 잡았기 때문에 중간에 포타렛지를 설치 하지 않았다. 쿨르와르 통과는 시간을 절약하는 대신 수시로 떨어지는 스노우샤워로 인해 포타렛지를 설치할 수는 없다.
이 때문에 북벽 등반을 하려면 해발 5600m 캠프2를 출발, 주마링으로 전날 올라간 지점까지 다시 오르는 과정을 되풀이 해야 한다. 보통 6시간 이상 주마링을 해야 본격적인 새 루트 작업을 할 수 있게 된다.
구은수 부대장과 유상범 대원은 점심 시간쯤 전날 여병은 등반대장, 윤여춘 대원이 올라간 해발 6500m 구간에 도달했다. 이제 본격적인 루트공작. 암석위에 얼음이 얇게 언 이 구간은 지난 8월 27일 구은수 부대장이 오르다 확보물이 빠지는 바람에 추락을 했던 어려운 곳이다. 경사가 심한데다 얼음이 얇아 제대로 확보물을 설치할 수 없었던 탓이다. 이 구간을 사진으로 본 장봉완 서울시연맹 부회장도 “기술적으로 쉽지 않은 곳이다. 주의를 기울여 등반을 해야 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구은수 부대장팀은 하지만 이 구간을 6일 저녁까지 안전하게 통과했다. 문제는 다시 캠프2로 하강할 것인가 아니면 지금까지 따 놓은 고도를 유지해야 할 것인가 하는 점. 이 부분에 대해서 구은수 부대장은 출발전 박희영 원정대장, 서우석 기술위원과 합의를 마쳤다. ‘자고 다시 오르겠다’.
잔다는 것은 비박을 의미한다. 두 명의 공격조는 침낭 하나에 의지해 해발 6600m 얼음벽에 매달려 잠을 청했다. 아래로는 그야말로 천길 낭떠러지. 거기다 날씨마저 나빠진다면 안전까지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 그래도 구은수 부대장 팀은 다시 캠프2로 내려갔다가 올라오는 대신 이미 따 놓은 고도를 최대한 활용하자는 전략을 짰다. 어떻게든 정상에 오르겠다는 두 사람의 의지에 박희영 대장과 서우석 기술위원은 비박을 허락해줬다.
7일 새벽. 다행이 날씨가 좋았다. 등반 처음부터 9월 초까지 원정대원 전원의 마음을 그렇게도 새카맣게 태웠던 날씨가 이번에는 도와주었다. 구은수 부대장팀은 다시 등반을 시작했다. 이번에는 조금은 쉬운 구간이다. 바위에 눈이 붙어 있기는 하지만 경사도가 앞서 통과한 어떤 구간보다도 심하지 않다. 그 동안 대원들은 북벽 등반에 나선 후 최하 70도 이상 경사도를 가진 구간에서 등반을 해야 했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 보다 경사도가 심하지 않다.
예상대로 두 대원은 비교적 어려움 없이 100m 정도의 사면구간을 통과했다. 이제 남은 곳은 블랙피라미드. 그 동안 탈레이사가르에 도전했던 수많은 산악인들의 발길을 돌리게 했던 곳이다. 정상부 아래에 피라미드 처럼 자리잡고 앉은 거대한 검은 바위. 시커멓게 보이는 색깔부터 기분이 으스스한데다 경사도 마저 심하다. 이 때문에 블랙피라미드 바로 아래까지 도달하고도 오른쪽 능선으로 우회하여 정상에 오르거나 아예 더 이상의 등반을 포기하고 내려오는 경우가 많았다. 지금까지 이 블랙피라미드를 통과해 정상에 오른 팀은 단 2개팀 밖에 없다. 진정한 북벽 등반은 블랙피라미드 통과 여부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셈이다.
하지만 원정대는 이미 블랙피라미드 통과의 열쇠를 갖고 있다.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에 앞서 조긴 정상에 올랐을 때 블랙피라미드 중앙에서 좌측으로 클루와르가 형성 돼 있고 그 쪽을 통해 등반이 가능할 것으로 관측이 됐기 때문이다. 탈레이사가르 베이스 캠프나 ABC쪽에서 보면 이 구간이 제대로 관측되지 않지만 조긴에 올랐기 때문에 얻은 수확이었다.
구은수 부대장팀은 당초 계획한 대로 블랙피라미드 구간은 고정로프를 설치하지 않고 100m 자일 한 동에 의지해 올랐다. 대신 한 피치 마다 볼트나 하켄을 박아 다음 등반과 하강에 지장이 없도록 했다.
8일 오후 구은수 부대장이 등반을 마쳤을 때 이미 블랙피라미드 절반이 두 대원의 발 아래 놓였다. 이들이 따 놓은 해발고도는 6700m가 약간 넘는다. 두 대원은 다시 블랙피라미드 아래로 내려와 두 번째 비박을 했다.
두 대원은 9일 새벽 두 번째 비박지를 떠나 정상 공격에 나선다. 블랙피라미드 구간을 통과하면 설사면 지대가 이어지고 이 곳을 통과하면 바로 정상이다. 정상부에 거대한 눈처마가 형성된 것이 베이스캠프에서도 관측될 정도의 지형이지만 무난히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지난 8월 19일 서울을 떠나 조긴 등반에 나섰던 원정대 후발대는 6일 베이스 캠프를 떠나 8일 뉴델리에 도착했다. 당초 후발대원들도 조긴 정상을 노릴 예정이었지만 베이스 캠프 도착 직후 4일 동안 내린 눈으로 인해 루트가 막힌 데다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에 총력을 집중한다는 의미에서 정상 도전을 포기했다.
nanga@osen.co.kr
<사진> 7일까지 구은수 부대장 팀이 오른 탈레이사가르 북벽. 블랙 피라미드 중간 지점(P)까지 등반을 계속, 정상을 얼마 남겨 놓지 않았다./ABC에서 북벽 등반 준비를 하고 있을 당시의 구은수 부대장의 모습./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 중인 유상범 대원./ 베이스캠프서 철수, 뉴델리로 하행 캐러밴 중인 원정대 후발대의 이철주 대원.
출처 : 한국 산악인 악마의 성벽에 오르다(17)
글쓴이 : 황금거북(경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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