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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산악인, 악마의 성벽에 오르다(15)

cj8848 2009. 1. 26. 00:08

 





[OSEN=탈레이사가르(인도), 박승현 기자]“거기서도 여기 보여요?”.

“잘 보인다. 불 깜박거려봐”.

해발 5400m 캠프 1에서 유상범 대원이 의아한 듯 물었다. 대답하는 박희영 대장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쳤다. 불빛의 의미는 무엇이었을까.

그 동안 탈레이사가르는 어지간히 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인색했다. 걸핏하면 비가오고 눈이 내리고… 그렇지 않은 날에는 가스가 끼거나 구름으로 덮여 있곤 했다. 하지만 3일 저녁에는 그렇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쏟아질 것 같은 별빛을 배경으로 제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날씨, 그 동안 그렇게도 대원들의 가슴을 졸이게 만들었던 날씨가 마치 거짓말 처럼 좋아진 것이다.

기쁨이 두 배인 것은 이날 낮 대원들이 연 나흘간이나 쏟아진 눈으로 엉망이 됐던 캠프2와 캠프1 복구를 위해 구슬땀을 흘렸기 때문이다.

먼저 조진용 대원. 이날 아침까지 내린 눈길을 뚫고 오전 8시 베이스 캠프를 출발했다. ABC에서 텐트 한 동을 갖고 서선화 대원과 새집(하이 데포지점)까지 운행이 계획되어 있었기 때문이다. 아침도 제대로 챙기지 못하고 운행에 나선 조진용 대원은 오후 5시께 새집(5200m)에 도착했다. 마침 가스가 짙어져 시야가 좁아지고 있었으므로 제대로 휴식도 취하지 못하고 다시 ABC로 복귀. 이미 시간은 8시가 넘어서고 있었다. 꼬박 12시간 동안 움직인 셈이다.

새벽 5시 캠프1을 떠난 구은수 부대장, 김형수, 윤여춘 대원 등 3명은 해발 5600m 캠프2를 거쳐 폭설로 운행을 멈추기 전까지 등반했던 루트를 더듬어 올라갔다. 눈에 묻인 고정 자일을 다시 꺼내고 볼트 등 확보물이 제대로 돼 있는지 확인했다. 이들이 다시 캠프2로 돌아온 시각은 오후 4시께. 김옥경, 한동익, 유상범 대원도 캠프2에 올랐다. 이들은 폭설로 망가진 캠프2에 새로운 텐트를 세웠다.

여병은 등반 대장은 다른 대원들과 달리 이날 아침 캠프1에서 새집으로 이동했다. 조진용, 서선화 대원이 가지고 오는 텐트를 받기 위해서였다. 여병은 등반대장이 텐트를 받아 캠프1으로 돌아온 시각은 오후 7시께. 캠프1은 앞으로 탈레이사가르 북벽 공략에 총력전을 펼쳐야 하는 대원들의 보금자리가 되어야 하므로 텐트 설치를 미룰 순 없었다. 밤중에 텐트를 설치했고 그 작업하는 불빛이 베이스에서도 볼 수 있었던 것이다.

대원들의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은 앞으로 사나흘이 고비다. 그 동안 날씨만 도와준다면 현재 대원들의 사기나 컨디션으로 보아 북벽에 서린 한국 산악인의 한을 충분히 풀어낼 수 있을 것이다. 누구보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박희영 대장이 베이스캠프에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캠프1의 불빛을 보았을 때 얼마나 기분이 좋았을까.

한편 조긴 등반에 나선 후발대 대원 8명은 3일 오후 베이스 캠프를 떠나 ABC에 도착했다. 이들은 4일 조긴 캠프1(5800m)을 향한다.

nanga@osen.co.kr

<사진> 3일 베이스캠프의 야경. 멀리 뒤편으로 탈레이사가르의 모습이 별빛 아래 보인다./ 3일 조긴 캠프1을 향해 출발하는 김협섭 단장(맨 앞)을 비롯한 후발대원들/눈으로 인해 부서지기 전의 캠프1에 서 있는 김옥경 대원의 모습. 김 대원은 캠프1과 캠프2 복구작업에 앞장섰다./캠프2의 모습. 역시 이번 눈으로 완전히 망가져 다시 복구해야 했다./원정대 제공.
출처 : 한국산악인, 악마의 성벽에 오르다(15)
글쓴이 : 황금거북(경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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