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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한국산악인, 악마의 성벽에 오르다(14)

cj8848 2009. 1. 26. 00:10

 





[OSEN=탈레이사가르(인도), 박승현 기자]또 눈이다. 정말 지겹다는 말이 절로 나온다.

사흘 전 대원들을 캠프1에서 비상 철수하게 만들었던 눈이 이번에는 탈레이사가르 북벽을 향해 총력전에 나선 대원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8월 30일, 31일 줄기차게 내린 눈으로 북벽 공략에 나섰던 대원들이 ABC로 모두 무사히 철수해 안도의 한숨을 내쉰 것도 잠시였다.

9월 1일 저녁부터 다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베이스캠프에서는 2일 새벽부터 비에서 눈으로 변했고 ABC 이상에서는 눈이 됐다. 박희영 대장은 8월 31일까지 모두 9명의 대원을 ABC로 올렸다. 이 중 2일 새벽 김형수, 김옥경, 한동익 대원에게는 캠프 2까지 진출, 필요한 장비를 수송하고 캠프2의 상태를 점검하도록 했다.

3명의 대원은 이날 허벅지까지 빠지는 눈을 헤치고 ABC를 떠난 지 12시간 여만에 캠프2 지점에 도착했다. 워낙 신설이 많이 쌓여있는 데다 눈까지 계속 내리는 날씨 때문이었다. 평소 같으면 4시간이면 도착할 거리였다.

대원들이 캠프2 지점에 도착했지만 텐트는 보이지 않았다. 눈에 파묻혀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 캠프2는 커다란 바위 오버행(경사도 90도 이상) 바로 아래쪽에 설치해 두었다. 눈 사태 등에 대비한 조치였지만 아래쪽에서 몰아치는 바람이 텐트를 파묻어 버렸다. 대원들은 눈을 2m나 파내려 간 뒤에야 텐트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것도 눈이 안쪽으로 갈수록 얼어 붙어 있어서 작업에 어려움이 더했다.

텐트는 참혹하리만치 처참하게 부서져 있었다. 그나마 탈레이사가르 북벽 등반에 필요한 장비는 유실되지 않고 남아 있는 것이 다행이었다. 대원들은 장비를 눈 속에서 파내 안전한 곳에 놓아둔 다음 캠프1으로 철수했다.

2일 오전 8시 ABC를 떠난 구은수 부대장, 여병은 등반대장, 유상범, 윤여춘 대원 등 북벽 공격조는 새집(데포 지점)을 지나 캠프1까지 진출했다. 이들은 앞으로 북벽 등반시 필요한 식량과 침낭을 휴대하고 있었다.

구은수 부대장은 다시 새집으로 내려와 텐트 한 동을 가지고 캠프1으로 돌아왔다. 그 동안은 대원들이 ABC를 거점으로 공격이나 지원임무를 수행했지만 박희영 대장은 총력전을 지시, 전대원들이 캠프1이상에서 생활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많은 대원들이 생활하기 위해서는 캠프1의 텐트 한 동만으로는 비좁을 수밖에 없다.

이날 하루 종일 눈이 내리는 속에서 대원들의 작업은 그야말로 악전고투의 연속이었다. 쉼없이 내리는 눈 속에서 작업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는 것과 같았고 속도 역시 더딜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정상을 향한 대원들의 열망은 조금도 식어지지 않았다. 대원들은 3일 ABC에 있는 텐트 한 동을 캠프 2로 옮길 계획이다. 이미 부서진 텐트가 수리가 불가능할 정도여서 차라리 새로 한 동을 설치하는 것이 낫다는 판단에서다.

문제는 눈이다. 실질적으로 캠프2까지 운행이 여의치 않은 상황에서도 대원들이 놀라운 투지와 기량을 보여 캠프1, 캠프2를 완벽하게 다시 구축해 놓는다 해도 계속 눈이 온다면 등반 속도와 안정성이 크게 위협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대원들은 6300m까지 고정 로프를 설치해 놓고 있어 암빙벽 혼합 구간만 돌파한다면 마지막 관문인 블랙피라미드와 만날 수 있게 된다. 이번 등반의 성패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고비에서 때이른 눈이라는 복병을 만난 셈이다.

히말라야 등반이 자연의 허락을 기다리는 지루한 인내의 시간이기도 하지만 탈레이사가르 북벽 역시 여기서 예외가 아닌 것 같다.

nanga@osen.co.kr

<사진>눈을 잔뜩 이고 서 있는 탈레이사가르. 아침 햇살에 비치는 동벽의 모습이 왜 악마의 성벽이라는 별명을 얻게 됐는지 알게 해 준다. /베이스 캠프 바로 옆에 있는 케다르탈에 비친 산의 모습. 평소 바위산의 모습이지만 눈이 내려 흰산으로 변했다./베이스 캠프까지 눈에 덮혔다./ 브리구판스(왼쪽) 탈레이사가르의 모습. 브리구판스는 서울시산악조난구조대 원정대가 2002년 정상을 밟은 곳이다./원정대 제공
출처 : 한국산악인, 악마의 성벽에 오르다(14)
글쓴이 : 황금거북(경아) 원글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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